억새는 빛을 등지고 봐야 은빛이 됩니다. 해가 낮게 깔리는 오후 네다섯 시, 역광으로 서면 줄기 끝이 하얗게 빛나면서 사진이 알아서 나옵니다.

제주 억새 명소로 오름 넷과 들판 하나를 골랐습니다. 다섯 곳 모두 입장료가 없고 주차장이 있어 차에서 내려 바로 걸어 들어갑니다.

1.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따라비오름 — 서귀포시 표선면

따라비오름 억새 서귀포시 표선면
따라비오름 — 서귀포시 표선면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가시리에 있는 따라비오름은 분화구가 셋, 봉우리가 여섯입니다. 용암이 흘러 만든 산세가 부드러워 능선이 물결처럼 이어지는데, 가을이면 그 능선을 억새가 통째로 덮습니다.

사람들이 오름의 여왕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 풍경 때문이에요. 초입부터 억새가 나와서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사진은 충분히 나옵니다.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이며 주차 가능합니다. 문의 064-740-6000.

2.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노을을 기다리는 금오름 —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 억새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 — 제주시 한림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서부 중산간의 대표 오름입니다. 정상에 깊이 52m의 원형 분화구가 있고 그 안에 화구호가 있는데, 지금은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 있습니다.

분화구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도는 길에서 억새가 발밑까지 차오릅니다. 서쪽을 향하고 있어 해 질 무렵이면 억새 너머로 바다까지 붉어지는 걸 볼 수 있어요.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이며 주차 가능합니다. 문의 064-740-6000.

3. 사람 적어 조용한 정물오름 — 제주시 한림읍

정물오름 억새 제주시 한림읍
정물오름 — 제주시 한림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금오름과 같은 금악리에 있는 말굽형 오름입니다. 북서쪽 기슭에 정물이라는 쌍둥이 샘이 있어 이름이 거기서 나왔어요.

금오름이 붐빌 때 여기는 대체로 한산합니다. 남서쪽에서 가파르게 솟았다가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뻗어 내리는 지형이라, 능선을 따라 걸으면 억새밭이 계속 이어집니다.

상시 개방하지만 일부 구간이 통제될 수 있어 가시기 전에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주차 가능, 문의 064-740-6000.

4. 약초가 백 가지라는 백약이오름 — 서귀포시 표선면

백약이오름 억새 서귀포시 표선면
백약이오름 — 서귀포시 표선면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예로부터 약초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백약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층층이꽃과 향유, 쑥, 방아풀 같은 것들이 분화구 안에 자생해요.

둥글넓적한 굼부리를 가진 오름이라 정상에 서면 시야를 가리는 게 없습니다. 성읍목장 안쪽 길을 지나 들어가는데, 초원과 풍력발전기가 함께 보이는 풍경이 여기만의 그림입니다.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이며 주차 가능합니다. 문의 064-740-6000.

5. 세 오름이 나란히 선 자리, 안돌오름 — 제주시 구좌읍

안돌오름 억새 제주시 구좌읍
안돌오름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송당리에 거슨세미, 안돌, 밧돌 세 오름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중 안쪽에 들어앉아 있다고 해서 안돌오름이에요.

오름 자체보다 아래쪽 편백나무 숲과 들판이 알려진 곳입니다. 관광지처럼 정비돼 있지 않아 조용하고, 그래서 사람이 적게 나오는 사진을 건지기 좋습니다.

사유지를 지나는 구간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는 날이 있습니다. 방문 전에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해요. 주차 가능, 문의 064-740-6000.

억새 도는 날 묵을 곳

금오름과 정물오름이 한림 금악리에 붙어 있어 서쪽에 묵으면 아침 일찍 오름에 설 수 있습니다. 한림 귀덕에 같은 구조의 독채가 여러 채 늘어선 단지가 하나 있는데, 옆집과 붙어 있지 않아 조용하고 여러 채를 함께 잡으면 일행이 나눠 쓰기도 좋아요.

배정되는 동에 따라 바다가 보이고, 각 채마다 개별 바비큐 공간이 있습니다. 날짜별 잔여 객실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제주 소랑앤팜스빌리지펜션 자세히 보기 ↗

따라비오름과 백약이오름은 표선 가시리·성읍 권역이라 하루에 묶이고, 금오름과 정물오름은 한림 금악리에서 차로 오 분 거리입니다. 안돌오름은 구좌라 동부 일정에 붙이면 됩니다. 억새는 바람이 불 때 가장 예쁘니 바람 부는 날을 피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