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모시고 제주에 가면 제일 신경 쓰이는 게 걷는 거리입니다.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오르막이 길면 다음 일정까지 힘이 안 남거든요. 주차장에서 가깝고 길이 평평한 곳으로 짜면 하루에 두세 곳은 넉넉히 돕니다.

차에서 내려 바로 풍경이 시작되는 다섯 곳을 골랐습니다. 추석 연휴에 부모님과 반나절씩 나눠 보시기 좋아요.

1. 억새가 분화구를 덮는 산굼부리 — 제주시 조천읍

산굼부리 제주시 조천읍
산굼부리 — 제주시 조천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둘레가 2킬로미터가 넘는 천연기념물 화구입니다. 제주에 기생화산이 360여 개 있는데, 용암이나 화산재를 뿜지 않고 폭발로 구멍만 남은 분화구는 산굼부리뿐이에요. 가을에는 분화구 둘레가 온통 억새로 덮여서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찾습니다.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완만한 길이라 오르막 부담이 적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09:00부터 18:40까지 열고 입장 마감은 18:00이에요. 연중무휴라 연휴에도 갑니다.

산굼부리 자세히 보기 ↗

2. 차로 올라가 데크만 걷는 1100고지습지 — 서귀포시 1100로

1100고지습지 서귀포시 1100로
1100고지습지 — 서귀포시 1100로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한라산 고원지대에 생긴 산지습지입니다. 습지 열여섯 곳 이상이 흩어져 있고 2009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어요. 이 목록에서 가장 높은 곳인데도 걷는 부담은 가장 적습니다. 1100로를 타고 차로 올라가 주차한 뒤 나무 데크를 한 바퀴 도는 구조거든요.

탐방로 곳곳에 동물과 식생 안내문이 세워져 있어 천천히 읽으며 걷기 좋습니다. 상시 개방에 연중무휴라 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어요. 다만 고지대라 아래쪽보다 서늘하니 겉옷을 하나 챙기시는 편이 좋습니다.

3. 밤에도 문을 여는 천지연폭포 — 서귀포시 서홍동

천지연폭포 서귀포시 서홍동
천지연폭포 — 서귀포시 서홍동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기암절벽이 하늘로 솟은 사이로 물이 떨어지는 서귀포의 대표 폭포입니다. 주차장에서 폭포까지 평평한 산책로로 이어져 있어 유모차나 보행이 불편한 분도 무리가 없습니다.

이곳의 장점은 운영 시간입니다. 09:00부터 22:00까지 열고 입장 마감이 21:20이라, 낮에 다른 일정을 보내고 저녁을 먹은 뒤에 들러도 됩니다. 연휴에 낮 시간이 빠듯할 때 마지막 일정으로 넣기 좋아요.

4. 평지 정원을 천천히 도는 카멜리아힐 — 서귀포시 안덕면

카멜리아힐 서귀포시 안덕면
카멜리아힐 — 서귀포시 안덕면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안덕면 상창리에 있는 수목원입니다. 전 세계 500여 종 6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모여 있고, 야자수와 조경수, 야생화 코너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동백은 겨울 꽃이지만 가을에는 억새와 야생화가 대신 자리를 채웁니다.

정원이 평지 위주라 벤치에 앉아 쉬어 가며 걷기 좋습니다. 3월부터 11월까지는 08:30에 열어 18:30에 닫고 입장 마감은 17:30이에요. 연중무휴입니다.

카멜리아힐 자세히 보기 ↗

5. 비가 와도 상관없는 여미지식물원 — 서귀포시 중문동

여미지식물원 서귀포시 중문동
여미지식물원 — 서귀포시 중문동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중문관광단지 북쪽에 있는 식물원으로, 커다란 온실과 11만 제곱미터가 넘는 외부 정원으로 나뉩니다. 온실 안은 날씨와 상관없이 다닐 수 있어서 비 예보가 있는 날의 대안으로 들고 있기 좋아요.

외부 정원에는 야자수 같은 큰 나무가 숲을 이루고 한국식과 일본식 정원이 따로 꾸며져 있습니다. 09:00부터 18:00까지 열고 매표는 17:30에 마감하며, 옥외 정원은 일몰까지 볼 수 있습니다.

여미지식물원 자세히 보기 ↗

동선을 짤 때

다섯 곳 중 카멜리아힐과 여미지식물원, 천지연폭포는 서귀포 서쪽에 모여 있어 하루에 묶을 수 있습니다. 1100고지습지는 그 사이를 지나는 1100로에 있으니,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거나 돌아오는 길에 잠깐 세우면 따로 시간을 뺄 필요가 없어요. 산굼부리만 제주시 동쪽이라 오가는 방향을 맞춰 보시면 됩니다.

부모님과 다니실 때는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낫습니다. 하루에 다섯 곳을 다 넣기보다 두 곳만 골라 쉬어 가며 도시면, 사진도 더 잘 나오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눌 이야기도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