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단풍을 보려면 한라산에 올라야 한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산간 숲길과 휴양림에서도 잎은 똑같이 물들어요.
차를 세우고 평탄한 길만 걸어도 되는 제주 단풍 명소 다섯 곳을 모았습니다. 경사가 급한 구간이 없어 운동화만 신으면 됩니다.
1. 단풍 터널이 이어지는 천아숲길 — 제주시 애월읍

한라산 둘레길 1구간입니다. 천아수원지에서 보림농장 삼거리까지 8.7km인데, 전 구간을 걸을 필요는 없어요. 초입 삼십 분 구간에 단풍이 가장 진합니다.
길 양옆에서 가지가 넘어와 터널을 만듭니다. 제주에서 단풍 사진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자리가 여기예요.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라 경사가 거의 없습니다.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입니다. 문의 064-738-4280.
2. 곶자왈 사이로 난 길, 교래자연휴양림 — 제주시 조천읍

제주 곶자왈에 조성된 휴양림입니다. 숲속의 초가와 야외공연장이 있는 휴양지구, 곶자왈 생태를 보는 생태체험지구 등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큰지그리오름까지 오르는 3.5km 산책로도 있지만, 생태체험지구만 돌아도 곶자왈 특유의 뒤엉킨 나무와 돌을 볼 수 있습니다. 바닥이 평탄해 걷기 편해요.
3월부터 10월까지는 07:00에 열고 16:00에 닫습니다. 연중무휴, 주차 가능, 문의 064-710-7475.
3. 손대지 않은 숲을 그대로 둔 붉은오름자연휴양림 —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남조로변에 있어 찾아가기 쉽습니다. 자연을 거의 손대지 않고 둔 휴양림이라 인공 구조물이 적어요.
삼나무가 곧게 뻗은 구간과 활엽수가 섞인 구간이 번갈아 나와서, 초록과 단풍색이 한 화면에 같이 들어옵니다. 데크길이 잘 놓여 있어 유모차도 다닐 만합니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08:00부터 18:00까지 열고 입장은 17:00에 마감합니다. 연중무휴, 주차 가능, 문의 064-782-9171.
4. 오백 종이 넘는 나무가 모인 한라생태숲 — 제주시 용강동

5·16도로변에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마소를 놓아 기르던 방목지였는데, 난대와 온대, 한대 식물을 함께 심어 숲으로 되돌린 곳이에요.
수종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서 단풍나무길, 벚나무길처럼 나무 종류대로 걷습니다. 가을에는 단풍나무 구역만 골라 걸어도 되고요. 길이 짧게 끊어져 있어 체력에 맞춰 조절할 수 있습니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09:00부터 18:00까지 열고 입장은 17:00에 마감합니다. 연중무휴, 주차 가능, 문의 064-710-8688.
5. 절벽 아래를 걷는 안덕계곡 —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마을을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창고천 하류에 형성된 계곡입니다. 깊게 침식된 골짜기 양옆으로 암벽이 서 있어요.
상록수와 양치식물이 절벽에 붙어 자라는데, 그 사이로 단풍이 섞이면 색이 층층이 쌓입니다. 계곡 바닥까지 계단으로 내려가고 왕복 삼십 분이면 충분해서 다른 일정 사이에 끼워 넣기 좋아요.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입니다. 주차 가능, 문의 064-794-9001.
숲에서 나와 묵을 곳
교래와 붉은오름이 남조로에 나란히 있어 조천 쪽에 묵으면 두 곳을 이어 돌기 좋습니다. 조천읍 선교로에 숲과 계곡을 낀 독채가 하나 있는데, 한 채를 통째로 써서 다른 투숙객과 마주칠 일이 없어요.
마당 테이블에서 개별 바비큐를 할 수 있고 최대 다섯 명까지 묵습니다. 날짜별 잔여 객실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제주 단풍은 한라산 정상부터 물들어 아래로 내려옵니다. 중산간 숲길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가 가장 좋고, 해발이 낮은 안덕계곡은 그보다 열흘쯤 늦습니다. 아침 일찍 가면 나뭇잎에 이슬이 남아 색이 더 진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