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은 오름과 바다, 동굴과 박물관이 촘촘하게 붙어 있어 순서만 잘 잡으면 하루 만에 꽤 많은 곳을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김녕에서 시작해 구좌읍 안쪽을 훑고 성산 쪽으로 빠지는 흐름이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가을이 되면 오름 능선마다 억새가 은빛으로 일렁이고 해안 물빛도 한층 맑아집니다. 제주 동쪽 여행을 하루로 묶는다면 이 계절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일곱 곳을 이 순서로 도시면 됩니다.

1. 들어가면 길을 잃는 김녕미로공원 — 제주시 구좌읍

김녕미로공원 제주시 구좌읍
김녕미로공원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만장굴과 김녕사굴 사이, 키 큰 랠란디 나무 사이로 좁은 샛길이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로공원입니다. 초록 나무벽이 시야를 막아버려 몇 걸음만 걸어 들어가도 방향감각이 금세 흐트러져요.

제주대학교에서 퇴직한 미국인 더스틴 교수가 영국의 미로 디자이너 에드린 피셔와 국제우편과 국제전화를 주고받으며 1983년부터 3년에 걸쳐 이 길을 설계했습니다. 1987년에 나무를 심은 뒤 8년을 기른 끝에 지금의 모습이 됐어요.

09:00부터 17:50까지 열고 입장은 17:00에 마감합니다. 계절에 따라 시간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매표소에서 한 번 더 확인하시면 좋아요. 연중무휴, 주차 가능, 문의 064-782-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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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규모로 압도하는 만장굴 —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녕리에 자리한 용암동굴로 전체 길이가 약 7,400m, 가장 높은 곳은 25m, 가장 넓은 곳은 18m에 이릅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하는 곳이라 규모부터 다르게 느껴져요.

수십만 년 전에 만들어졌는데도 내부 지형이 잘 보존돼 있어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큰 동굴입니다. 천장 일부가 무너져 입구가 세 곳으로 나뉘어 있고, 동굴 안은 계절과 상관없이 서늘하니 겉옷을 하나 챙기시면 좋습니다.

09:00부터 18:00까지 운영하고 입장은 17:00에 마감합니다. 매월 첫째 수요일은 쉬어요. 주차는 대형 60대, 소형 75대까지 가능하고, 문의 064-710-7903.

3. 해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제주해녀박물관 —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박물관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박물관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해녀들의 생활풍습과 무속신앙, 세시풍속, 공동체 문화를 통해 제주 사람들의 역사와 생업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전시물은 모두 해녀들이 직접 기부한 것이고, 실제 해녀가 살던 집도 통째로 옮겨와 전시하고 있어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와요.

박물관 앞 정원은 국내 최대 규모 여성 항일운동으로 꼽히는 해녀 항일운동의 집결지였던 자리입니다. 그 역사를 기리는 제주해녀항일운동비도 함께 서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게 돼요.

09:00부터 18:00까지 열고 매표는 17:00에 마감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고 1월 1일과 설·추석 연휴에도 쉽니다. 어른 1,100원, 청소년 500원. 문의 064-782-9898.

4. 억새가 능선을 덮는 용눈이오름 —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해발 247.8m, 높이 88m, 둘레 2,685m로 제주의 360여 개 오름 가운데 유일하게 분화구가 세 개인 오름입니다. 봄여름엔 초록 잔디가, 가을겨울엔 억새가 능선을 덮으면서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줘요.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화구 모양이 용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예전에는 용안악이라고도 불렸어요.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이며 주차 가능합니다. 문의 064-740-6000.

5. 균형 잡힌 원뿔을 그리는 다랑쉬오름 —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지도로 보면 밑지름이 거의 원형에 가깝고 사면이 사방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오름입니다. 정상부에는 깔때기 모양의 크고 깊은 분화구가 있는데, 그 깊이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하다고 해요.

대부분의 오름이 한쪽으로 치우친 비대칭 모양인 데 비해 다랑쉬오름은 동심원을 그리듯 가지런한 원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균제미로는 구좌읍 일대에서 단연 첫손에 꼽히는 곳이에요.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로 운영합니다. 별도 주차장은 없으니 참고하시고, 문의는 064-740-6000입니다.

6. 바다로 뻗어나가는 섭지코지 —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 서귀포시 성산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코지는 곶을 뜻하는 제주 방언입니다. 신양리 해안에서 코 끝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고 그 끝에 등대가 서 있습니다. 걷다가 고개를 돌리면 건너편으로 성산일출봉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와요.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 주차 가능합니다. 문의 064-782-2810.

7. 용암과 이끼가 만든 광치기해변 —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 서귀포시 성산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해변으로, 제주올레 1코스의 끝점이자 2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굳어버린 지질 구조가 특징이라 다른 해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줘요.

썰물 때는 물에 잠겨 있던 지형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용암 지질과 녹색 이끼가 어우러진 장면이 나타납니다. 성산일출봉 옆으로 떠오르는 해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고, 모래는 현무암이 오랜 시간 풍화되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상시 개방하고 연중무휴이며 주차는 무료입니다.

구좌읍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일곱 곳 중 다섯 곳이 구좌읍에 모여 있어 이 권역에 숙소를 잡으면 다음 날 아침 동선이 짧아집니다. 하종로 쪽에 복층 독채가 하나 있는데, 온수 실내 수영장과 욕조가 있어 하루 종일 걷고 들어와 몸을 녹이기 좋아요.

개별 바비큐 공간과 세탁 시설이 있고 반려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습니다. 매점과 편의점도 가깝습니다. 날짜별 잔여 객실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제주 구좌읍 무아별장 독채풀빌라펜션 자세히 보기 ↗

정리하면 김녕미로공원과 만장굴을 먼저 보고 하도 방향으로 넘어가 해녀박물관을 들른 뒤, 종달의 용눈이오름과 세화의 다랑쉬오름까지 구좌읍 안에서 묶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이후 성산으로 이동해 섭지코지와 광치기해변으로 마무리하면 오전에는 동굴과 오름, 오후에는 해안선을 보는 흐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