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면 제주 바다를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물에 들어갈 계절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배를 타고 나가 보면 가을 바다가 오히려 낫습니다. 물빛이 맑아지고, 햇빛이 낮게 깔려 섬이 또렷하게 보이거든요.
제주 가을 바다를 물 위에서, 또 물 아래에서 보는 방법 다섯 가지를 모았습니다. 대부분 한 시간 안팎이면 끝나서 일정 사이에 끼워 넣기도 좋아요.
1. 물속까지 내려가 보는 우도잠수함 — 서귀포시 성산읍

우도 앞바다 아래로 내려가 창밖을 보는 잠수함입니다. 잠수복도 자격증도 필요 없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되니,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나 나이 드신 부모님과도 함께 갈 수 있어요.
창밖으로 산호초와 물고기 떼가 지나가고, 다이버가 내려와 유리창 앞에서 먹이를 주는 순서도 있습니다. 아이가 있다면 이 구간에서 가장 크게 반응합니다.
09:00부터 17:30까지 운항하고 연중무휴입니다. 주차 가능, 문의 064-784-2333.
2. 우도 8경을 배에서 훑는 성산포유람선 —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포항에서 출발해 성산일출봉과 우도 해안을 돌아 나오는 유람선입니다. 섬에 발을 딛지 않고도 우도 8경 가운데 바다 쪽에서만 보이는 절벽과 동굴을 지나갑니다.
성산일출봉은 육지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바다에서 보는 모습이 꽤 다릅니다. 배에서 보면 화산체의 옆면이 통째로 드러나 규모가 실감 나요.
08:00부터 16:00까지 운항하며 기상이 나쁜 날은 휴항합니다. 주차 가능, 문의 064-782-0012.
3. 용머리해안을 바다에서 보는 산방산 유람선 —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아래 선착장에서 떠나 형제섬과 용머리해안을 도는 배입니다. 용머리해안은 파도가 높으면 걸어 들어가는 탐방로가 통제되는데, 배를 타면 그 날씨에도 바깥쪽에서 지층을 볼 수 있어요.
갑판에 서면 한쪽으로 산방산이, 반대쪽으로 형제섬이 보입니다. 항차 사이 간격이 길지 않아 오후 일정에 넣기 좋습니다.
하루 세 항차로 11:00, 14:10, 15:20에 출발해 한 시간씩 운항합니다. 기상이 나쁘면 결항하니 출발 전에 확인하시는 편이 좋아요. 주차 가능, 문의 064-792-1188.
4. 국토 최남단으로 건너가는 마라도 여객선 —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아래 선착장에서 마라도까지 배로 삼십 분이면 닿습니다. 섬이 작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고, 길이 평탄해 걷는 부담도 적어요.
가을에는 섬 전체가 억새와 마른 풀빛으로 바뀝니다. 최남단비와 마라도 등대를 지나 해안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배 시간이 맞아떨어지도록 운항 간격이 짜여 있습니다.
운항 시간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니 전화로 확인하고 가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중무휴, 주차 가능, 문의 064-794-6661.
5.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 — 서귀포시 하효동

효돈천을 타고 내려온 민물이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이룬 곳입니다. 용암이 굳어 만든 기암괴석과 소나무 숲이 양옆으로 서 있어 계곡인지 바다인지 헷갈리는 풍경이 됩니다.
물 색이 워낙 짙어 사진으로는 실감이 잘 안 납니다. 하구 쪽에서 제트보트를 타면 이 골짜기를 물 위에서 통과하게 되는데, 안쪽까지 들어가 보면 절벽 높이가 다르게 느껴져요.
쇠소깍 자체는 상시 개방하고 주차장이 있습니다. 문의 064-732-1562.
바다 보고 들어가 쉴 곳
다섯 곳 중 둘이 성산이라 동부에 묵으면 배 시간 맞추기가 수월합니다. 성산 해안가에 오션뷰 인피니티풀을 둔 타운하우스형 리조트가 하나 있는데, 부지가 넓어 동 사이가 떨어져 있고 선셋 데크와 라운지가 따로 있습니다. 배를 타고 돌아온 날 저녁에 물에 몸을 담그고 바다를 다시 보는 마무리가 됩니다.
날짜별 잔여 객실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우도잠수함과 성산포유람선은 성산에서 반나절에 묶이고, 산방산 유람선과 마라도 여객선은 서남쪽 모슬포·사계 권역이라 또 하루로 묶입니다. 쇠소깍은 서귀포 시내와 가까워 오가는 길에 넣기 좋아요. 배는 바람에 민감하니 출항 여부를 당일 아침에 한 번 확인하시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