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제주는 유명한 곳일수록 주차장부터 밀립니다. 사진 찍는 줄에 서다 하루가 가기도 하죠. 그럴 때 숲으로 방향을 틀면 같은 섬이 맞나 싶을 만큼 조용합니다.

가을에 걷기 좋은 숲길과 오름 다섯 곳을 골랐습니다. 대부분 무료이거나 입장료가 낮고, 걷는 시간도 한두 시간이면 충분한 곳들이에요.

1. 삼나무 사이를 걷는 사려니숲길 — 서귀포시 표선면

사려니숲길 서귀포시 표선면
사려니숲길 — 서귀포시 표선면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제주의 숨은 비경 서른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숲길입니다. 비자림로에서 시작해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지나가는데, 사려니는 신성한 숲이라는 뜻이에요. 삼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구간에 데크가 깔려 있어 신발이 젖을 걱정 없이 걷습니다.

09:00부터 17:00까지 열리고, 안전을 위해 정해진 시각 이후에는 입산이 통제됩니다. 오후 늦게 출발하면 되돌아 나와야 할 수 있으니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들어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문의 064-900-8800.

2. 500년 넘은 나무들이 서 있는 비자림 —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입니다. 448,000제곱미터 부지에 500년에서 800년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모여 있어요. 높이 7~14미터에 둘레가 굵은 거목들이 이렇게 군집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길이 평평하고 흙과 화산송이가 깔려 있어 걷는 부담이 적습니다. 09:00부터 18:00까지 열고 입장 마감은 17:00이에요. 문의 064-710-7911.

3. 분화구에 습지를 품은 물영아리오름 — 서귀포시 남원읍

물영아리오름 서귀포시 남원읍
물영아리오름 — 서귀포시 남원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물영아리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입니다. 이름 앞의 물은 분화구에 고인 습지에서 왔어요. 깊이 40여 미터의 분화구에 2100년에서 2800년 전 퇴적된 습지가 남아 있고, 물의 수호신이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계단 구간이 있어 앞의 두 곳보다는 다리를 씁니다. 대신 올라가면 습지를 내려다보는 전망 데크가 있어 숨을 고르며 쉴 수 있어요. 상시 개방이라 시간 제약은 없습니다.

4. 30분이면 오르는 아부오름 — 제주시 구좌읍

아부오름 제주시 구좌읍
아부오름 — 제주시 구좌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송당마을 남쪽에 있어 앞오름이라 불리던 것이 한자로 전악이 되었고, 산 모양이 움푹 파여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 같다 하여 아부오름이라고도 합니다. 위에서 보면 둥근 분화구가 그릇처럼 파여 있고 그 안쪽으로 나무가 둘러 심겨 있어요.

오름치고 경사가 완만해 어렵지 않게 오릅니다. 정상 능선을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아, 다른 일정 사이에 끼워 넣기 좋아요. 다만 일부 구간이 통제될 때가 있으니 가시기 전에 확인해 보세요.

5. 나무가 아치를 만드는 머체왓숲길 — 서귀포시 남원읍

머체왓숲길 서귀포시 남원읍
머체왓숲길 — 서귀포시 남원읍 ·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돌이 쌓인 밭이라는 뜻의 제주말에서 이름이 왔습니다. 남원읍 서성로에 있는데, 사려니나 비자림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어 연휴에도 한적한 편이에요. 나뭇가지가 길 위로 뻗어 아치를 이루는 구간이 사진에서 특히 잘 나옵니다.

09:00부터 18:00까지 운영하고 기상이 나쁘면 일찍 마감합니다. 문의 064-805-3113.

숲 가까이에서 하룻밤

숲길을 도는 일정이라면 숙소도 해안가보다 안쪽에 잡는 편이 이동이 짧습니다. 조천읍에 숲과 계곡을 끼고 있는 독채 펜션이 하나 있는데, 사려니숲길과 비자림 사이 권역이라 아침에 나서기 좋아요. 한 채를 통째로 써서 다른 투숙객과 마주칠 일이 없고, 마당 테이블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습니다. 최대 다섯 명까지 묵는 단일 객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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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곳 중 비자림과 아부오름은 구좌읍, 물영아리오름과 머체왓숲길은 남원읍이라 각각 묶어 도시면 됩니다. 숲은 해가 지면 금세 어두워지니 마지막 일정으로 잡기보다 오전과 이른 오후에 넣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